2019. 2월초, 매니져 워크샵에서
개선을 위한 자유 발언 시간 중에 개발팀에 대한 의견을 냈다.
이제 “기술 부채”를 상환하기 시작해야 됩니다.
기술 부채(Technical Debt)란 무엇인가?
프로젝트 초기에는 성공을 위해 비지니스적인 결정에 우선권이 있어 안정성이나 견고함 보다는 속도 위주로 개발을 하게 됩니다. 많은 부분들이 빠르게 개발되고 자주 바뀌기 때문에 마치 부실공사처럼 추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이 생기는 경향이 있는데 이걸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기술 부채”라고 명명합니다. 이름에 부채가 들어가는 이유는 마치 이자가 붙는 개념처럼 해결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해결하기 어려워지고, 계속해서 방치 하다가는 추후에는 아예 해결을 할 수 없는 상황까지도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프로젝트도 어느정도 안정적인 궤도에 올랐으니 당장은 문제가 없지만 추후에 문제를 일으킬수 있는 부분, 즉 “기술 부채”를 해결해야 된다는 주장이었다.
“개발팀이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는 상태에서 기술부채 해결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개발팀 전부를 제주도에 한달정도 보내서 아예 물리적으로 다른팀과 떼어보면 어떨까요?”
이런식의 의견이 오고 갔던 것 같다.
2019. 3월초
의견으로 끝날것만 같았던 기술부채 상환 워크샵을 바로 진행해보자라는 이야기가 나왔고, 어차피 집중을 하기 위해 장기간 출장을 가는거니 장소를 제주도가 아닌 한국과 어느정도 시차가 비슷한 해외가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왔다. 해당 안건을 들고 회식자리에서 팀원들의 의견들을 물어보았다. 팀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2019. 4월초
유관부서와 출장 일정에 관한 협의를 하는 동안, 1달이었던 출장 기간이 2주로 줄어들었다. 실제로 한달동안 기능 개발을 전혀 하지 않는 부분에 비지니스적인 리스크가 있고 너무 장기간의 해외에 나가있으면 집중력이 다소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 및 여러가지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했다.
출장 장소는 아래의 요소들을 고려했다.
- 위치는 적당히 외지지만 시설은 좋은 곳으로
- 도시보다는 자연이 좋은 곳으로
- 인터넷 사용이 원활한 곳
- 한국과 시차가 1–2시간 이내일 것
결국 베트남 다낭으로 결정되었다. 베트남 다낭에 있는 숙박시설 중에 외지고 시설이 좋고, 7명이 모여서 업무가 가능한 시설을 살펴보다 보니 “앙사나 랑코”라는 리조트의 빌라를 선택하게 되었다-추후에 위치가 너무 외져있음을 발견하긴 했지만.
2019.4월중
어떤 기술 부채를 해결할 것인가?
출장일자가 5.5~5.18로 잡히고 나서, 최대한 준비를 해서 가야지 제대로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에 한달 전부터 팀원들이랑 어떤 기술부채 문제를 해결할 것 인가에 관해서 의논하는 미팅을 가졌었다. 기술부채 문제 티켓은 이미 이전부터 “중요하지만 급하지는 않음” 티켓 카테고리에 차곡차곡 쌓여져 있었으므로 이중에 우리가 2주 안에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티켓들을 위주로 선정을 하려고 하였다. 팀원들끼리 동일한 기준으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아래와 같은 티켓 선정 기준을 세웠다.
- 어느정도 설계나 솔루션이 파악되어 있는 문제
왜? 일이 제대로 완료되려면 일정이 예측되어야 하므로 - 시간이 어느정도 걸리는 문제
왜? 1–2일 걸리는 문제는 평소에도 처리할 수 있는 문제이므로
즉, 솔루션을 어느정도 설계해 놓았으나 구현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서 평소에는 처리할 수 없었던 티켓중에 후보로 40개 선정 하였고, 팀원들이 모든 후보 티켓을 개인별로 평가하여 점수를 매긴 후, 점수합산이 가장 높은 순으로 선정을 하였다. 2주의 기간을 고려하여 티켓 19개를 최종 선정하였다.
2019.5.5 출발일
아침 10시반 비행기를 타고, 베트남으로 날아갔다. 비행거리는 4시간30분 정도였지만, 리조트가 너무 외져 공항에서 셔틀버스를 타고나서도 1시간 이상을 시골길을 통과해 들어가야 했다.
첫날은 짐을 풀고나니 이미 저녁이었고 여독이 오른상태에서 먹은 첫 저녁식사에서는 출장기간 내내 우리를 웃게 했던 에피소드가 발생하였다.
웨이터가 “No, 고수?”라고 물어봤는데 우리는 “Yes”-예, 빼주세요라는 의도로 합창하듯이 대답을 했고, 그 결과로 비누맛 고수가 엄청나게 들어간 비누밥을 먹게 되었다. 그 이후 모든 음식을 시킬때 마다 “No, 고수”를 열심히 외치게 되었다는…
2019.5.6 업무 시작
업무를 시작하였다. 한국과 동일한 업무시간을 맞추기로 결정하여 현지시간 오전 8시부터 출근하여 오후 5시에 퇴근하는 것으로 팀원들과 이야기를 하였다. 모든 티켓들을 완수하기 위해서 매일 오후 4시반에는 일일 스크럼 회의를 해서 티켓의 진척사항을 항시 파악하려고 하였다.
이런 평화로운(?) 날들이 주말까지 지속적으로 계속되었다. 어떤 팀원들은 복잡한 서울에서 시골로 오니 힐링이 된다고 했고, 어떤 팀원들은 집중이 너무 잘된다고 했다. 하지만 낮시간에는 일만 하니 리조트의 부대시설을 즐길 수 없었고 밤에도 크게 할 일이 없는 건 사실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빨리 잤고, 빨리 일어났고, 업무컨디션이 점점 더 올라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2019.5.11 토요일
평일동안 열심히 일을 했고, 계획한 티켓의 절반이상을 소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말에는 기분전환겸 단체로 다낭 시내 관광을 하기로 했다. 아래의 일정이었다.
토요일 다낭 여행 일정
– 9시: 셔틀 탑승
– 10시: 한시장 & 콩카페
– 12시: 마사지 90분
– 14시: 점심식사 (마담란)
– 15시: 시내 관광
– 19시: 저녁식사 (바빌론 스테이크)
– 20시: 롯데마트
– 21시: 셔틀 탑승 — 리조트
일주일동안 리조트에만 있다가 관광을 나와서 그런지 팀원들이 많이 즐거워 했다. 특히 리조트가 아닌 외부에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부분에 많이 기대를 했다.
2019.5.12 일요일
일요일은 팀원들이 자유시간을 가지도록 하였다. 대부분의 팀원들은 리조트에 머무르지 않고 다시 한번 더 시내관광을 나갔다.
2019.5.13 2주차 업무 시작
다시 일주일의 시작. 업무는 똑같이 이어졌지만 팀원들 모두 베트남 어느 시골의 한적한 환경에 적응한 모습이었다. 생각의 여유가 많아졌고 업무효율이 최고치를 찍고 있었다. 다만 조금씩 도시에 대한 향수 및 지루함도 느끼기 시작하였던 것 같다. 업무가 제대로 마무리 될 수 있도록 마지막날까지 스크럼을 열심히 하였다.
2019.5.17 출장 마지막 업무일
워크샵의 마지막날. 19개의 티켓중 2개의 티켓을 제외한 티켓이 완료되었고, 모든 작업을 마무리하고, 최종 테스트를 진행하였다. 워크샵에서 진행한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리뷰는 허성연님이 자신의 블로그에 잘 정리해서 공유해 주었다.
기술 부채 청산 후기
2019.5.18 공항으로 출발전
아침 일찍 나와 팀원들과 함께 리조트와 바다를 즐겼다.
출장 후기
회사의 힘은 회사에 속해있는 사람들로부터 나온다. 모든게 사람 일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회사는 빠른시간 내에 급속도로 커지면서 많은 변화 속에 있다. 일년에도 몇번씩 조직 구조가 바뀌고 팀이 나뉜다. 사람들은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그러한 상황속에서 개발팀과 회사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대표님들과 항상 고민을 해왔다. 답은 개발팀을 위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환경이 변하고, 일도 변하지만 바뀌지 않는 개발팀만의 탄탄한 문화와 전통을 회사에 정착시키고 싶었다.
개발이 단순히 무언가를 만드는 도구가 아니라 자신을 발전시키고 회사를 발전시킬수 있는 문화가 되었으면 좋겠다. 실험적으로 진행해 본 이번 출장에서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2주라는 단기간내에 2년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17개의 티켓을 처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어색했던 팀원들끼리는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팀원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앙사나”라는 공유 기억과 키워드가 생겨났다. 한국에 돌아와 팀원들에게 설문조사를 해보니 생산적이나 팀워크적인 부분에서 팀원들의 만족도가 높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추후에도 이런 워크샵을 또다시 진행할것인가요?라고 물으면 대답은 무조건 “네”이다. 이건 좋은 문화이기 때문이다. 다른 개발팀들도 여력만 된다면 기술 부채 한아름 챙겨서 따뜻한 나라로 팀여행을 떠나봤으면 좋겠다.
2019.5.30
기술부채가 해결된 서버가 라이브되었다. 개발팀이 예상했던것보다 훨씬 더 많은 성과가 있었다. 스핀 반응속도는 더 빨라졌고, 인프라 비용도 절감되었다. 그렇다, 이건 무조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