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글코드는 2022년 본격적으로 캐주얼 게임 확장에 나섰습니다. 기존 대표작들의 안정적인 매출을 기반으로 신작 게임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서였죠. 2개 스튜디오로 시작한 신작 개발팀은 어느새 6개로 늘어나 글로벌 게임 시장 속 베이글코드의 두 번째 라운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팀은 우리의 새로운 변화를 보여준 EXP팀입니다. 베이글코드의 첫 캐주얼 스튜디오로서 다양한 신작들을 개발, 라이브 운영하며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많은 변화를 맞이하고 다시 지금 팀으로 뭉쳤는데요.
베이글코드 창업 멤버이자 EXP팀 리더인 차동훈 님과 이야기 나눠보았습니다.
팀과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EXP팀은 저를 포함해 4명으로 구성된 팀입니다. 기획자, 개발자, TA(Technical Artist) 한 분씩 계세요.
회사 차원에서 신작 개발팀은 소규모로 빠르고 기민하게 가보자는 전략을 가지고 있고 저희도 최소 인원으로 개발 중입니다. 저 역시 게임의 기획,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밸런스 기획에서 많은 부분을 담당했고, 개발 막바지인 지금은 개발 작업도 병행하고 있어요.
제 소개를 간단히 하자면, 회사 창업 초기부터 안드로이드 개발부터 시작해서 서버 개발, 데이터 분석, UA 마케팅, 기획자, PO(프로덕트 오너) 역할까지 하다 2022년부터 신작 개발팀을 이끌고 있습니다.
개발 중인 프로젝트 소개해 주세요.
<Pack & Clash>는 주인공이 마법 배낭을 가지고 던전을 탐험하는 방식으로, 배낭에 아이템을 수집해 적들과 싸워나가는 게임이에요. ‘아이템을 배낭 안에 어떻게 잘 배치하는가’가 중요한 포인트인 전략 로그라이크 장르죠.
기존에 베이글코드에서 시도하는 일반 캐주얼 게임과는 다른 결을 가지고 있어요. 비슷한 모바일 게임이 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요. 뚜렷하게 어느 게임이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아요. 굳이 꼽자면 스팀에서 자주 보이는 ‘덱 빌딩 로그라이크 게임’과 유사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생소한 장르 같아요. 게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려주세요.
가방에 아이템을 넣으면서 배치를 찾아가는 게임 장르가 빛을 보기 시작한 건 최근이에요.
스팀에도 인벤토리 메커니즘을 먼저 잘 이용한 성공적인 게임들이 있지만, 소위 모바일에서 먹히는 게임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상황이었어요. 이후 몇몇 게임들이 인벤토리 메커니즘을 캐주얼하게 풀기 시작했는데요. 유명 하이퍼 캐주얼 게임사를 포함해 여러 시도들이 태동하는 시기입니다.
저희는 모바일 플랫폼으로 구현해야 했기에 단순하게 하면서도 전략성은 가져가기로 했어요. 겉으로 보기엔 간단해 보이지만 아이템을 회전해 배치하고, 가방 크기에 제한이 있는 등 머리를 써야 하는 상황이 생각보다 많아요.
그래서 단순한 캐주얼 게임을 선호하시는 분들에겐 저희 게임이 맞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퍼즐 게임 같은 요소가 있어 사내 테스트에선 많은 분들이 즐겨 주셨습니다.
물론 이런 게임 자체가 아직 많이 알려진 장르가 아니지만, 반대로 우리가 치고 나가면 선두를 잡을 수도 있는 시장이기도 해요. 기존에 우리 회사에서 잘되고 있는 시장에 우리만의 방식으로 해석해 나가는 전략이었다면 <Pack & Clash>는 가장 실험적인 시도라고 평가하고 싶어요.
이전에는 하이퍼 캐주얼 게임을 개발하다가 완전히 다른 장르에 도전하셨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EXP팀이 개편되고 다양한 시도를 했어요.
먼저 회사 차원에서 신작 개발팀 운영 전략은 ‘적은 인원이 짧은 시간 동안 게임의 코어(핵심 플레이 부분)만 개발해서 유저들이 좋아하는지(리텐션)을 확인해 보자’ 였습니다.
쉽게 말해 원석을 찾아서 다듬는 전략이죠.
처음엔 속도에 중점을 두고 ‘한 달 내에 만들 수 있는 게임’을 고민했어요. 그래서 하이퍼캐주얼 장르로 접근했죠. 초반 지표는 괜찮았는데 우리 팀의 미래를 이끌 수 있는 장르는 아니라고 판단했어요.
그렇게 세 번 정도 하이퍼캐주얼 게임을 만들다 보니 시간이나 인력의 제약 때문에 포기했던, 게임성에 대한 아쉬움이 계속 남았어요. 한 달 내에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복잡한 재미를 계속 단순화시켜서 직관적인 재미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했는데, 이 과정에서 유실되는 재미가 상당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약 2주 간의 리서치 기간을 거치며 ‘팀이 만들고 싶고, 자신 있으면서, 시장 가능성이 있는 게임’에 초점을 뒀습니다. 이후 MVP(Minimum Viable Product)를 잘 깎아서 산정했고요.
그 결과 새로운 개발 한 달이라는 시간으로는 부족하다고 결론을 내고, 세 달 짜리 개발 프로젝트를 준비했습니다. 회사의 전략과 저희 팀의 목표 중간에서 합의점을 찾는 게 <Pack & Clash> 입니다.
밸런싱 기획을 수학 공식으로 풀어냈다고 들었는데,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네, 아무래도 전략 게임이다 보니 생각보다 밸런싱 기획에 난이도가 있었습니다.
게임의 기본 메커니즘은 가방 속 아이템을 배치해 전투하는 방식인데요. 유저는 물론 몬스터도 적당한 체력을 보유하고 공격을 가할 수 있도록 난이도를 세팅해야 하죠.
저희는 몬스터도 유저와 똑같이 배낭을 이용해 전투하도록 되어있다보니 몬스터가 적절한 난이도에 맞는 배낭을 갖도록 모든 층, 각 몬스터 마다 설정해야 했어요.
몬스터의 DPS(초당 데미지)가 100이라고 한다면, 이 수준에 맞게 아이템을 적절히 배치해야 했거든요. 몬스터가 3마리씩 몰려서 등장하기도 하는데, 다변수 방정식을 세워 놓고 가장 적절한 값을 찾기 위해, 그 값을 아이템 배치로 변환하기 위해 시간을 더욱 들여야 했습니다.
사내 테스트 이후에 “몬스터 가방까지 설정할 필요가 있냐”는 질문이 많았어요. 몬스터에 체력, 공격력, 공격 속도 정도만 넣어줘도 되지 않겠냐고요. 사실 맞는 말인데요.
그렇지만 컨셉과 전투에 대한 몰입감이 더 커지고, 추후 업데이트 계획까지 고려한다면 기존 방향이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다소 번거롭더라도 체계적으로 계산해 몬스터 마다 배낭을 부여해 주는 선택을 하게 됐습니다.
EXP팀은 한 차례 개편이 있었어요. 그때와 지금, 어떤가요?
예전에 비하면 팀 규모 자체는 줄었어요. 당연히 리소스 한계로 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한정적이지만 오히려 속도는 빨라졌어요.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진 거죠.
제 역할도 많이 바뀌었는데요. 이전에 기획자 작업물을 검토하고 전체적인 방향성을 정하는 관리자 역할에 주력을 뒀다면, 지금은 밸런싱, 코딩 등 사소한 영역까지 확인하면서 직접 작업하는 경우도 많아요.
팀 방향성도 달라졌어요. 이전 게임 <랜덤 드래곤즈>는 새로운 시도보다 안정적인 길을 택했다고 생각해요.
반면 이번에는 이전에 하지 않았던 시도들을 해보고 있어요. 저희가 진짜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드는 거죠. 물론 그 전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처음 게임을 개발했던 설렘을 오랜만에 느꼈어요. 저 개인적으로는 새롭게 시작한다는 특별한 의미를 많이 주고 있는 프로젝트에요.
초기 멤버시고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는데, 동훈님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12년이 넘었는데 저는 체감상 “12년씩이나 됐다”기보다 “벌써 12년”이라는 느낌이 많이 들어요.
왜 그런지 생각해보니, 회사에서 정말 다양한 도전과 경험을 했더라고요. 안드로이드 앱 개발부터 시작해서, 서버 개발, 데이터 분석, UA 마케팅, 기획자, 프로덕트 오너까지 맡다가 이제 신작 개발팀을 이끌고 있는데요.
회사가 성장하면서 필요로 하는 인력이 생기기 마련인데, 이 과정에서 저는 항상 선두에서 투입돼 역할을 다한 거 같아요. 한 분야에서 일하면서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는 시점마다 적절히 새로운 기회들이 있었고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이 12년 동안 일해온 원동력이었던 거 같아요. 앞으로의 10년도 기대가 되네요!